얼마전 성남 집을 완전히 처분 하면서
우연히
엄마가 쓴 편지를 발견했다.
그렇게 찾아도 찾을 수 없었던 내 임관식때의 사진이
그 편지와 함께 서랍에 담겨져 있었다.
정확히 편지가 아니라 기도문이었다.
그러나 내게만큼은 편지였다.
동생을 그렇게나 싫어했던 엄마였는데
동생을 끝까지 부탁한다는 내용의 글.
나는 오늘 아침까지
동생과 앞으로 상종 하지 말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아이가 치는 모든 사고들을
내가 수습해야 된다는 현실이 싫었다.
그 아이 한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는지
거기에 화가났고
그것을 모르는 동생의 태도를 가만 보고 있노라면
끌어오르는 화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내 자신이
심하게 지쳐 가고 있었다.
그래서 혼나봐라 라는 심정으로
면회도 안가줬고 편지도 안써줬고
욕만 바가지로 해줬다.
오늘은 엄마가 돌아가신 날이다.
원래 동생과 같이 엄마 납골당에 가려고
휴가를 냈는데
작년과 동일하게 나는 동생과 떨어져 있었다.
내 머릿속에 자꾸 그 편지가 떠올랐다.
엄마가 과연 납골당에 오기를 바랬을까.
당연히 동생한테 가지 않았을까.
엄마생각이 너무 나서
이번이 마지막이다 라는 심정으로
동생이 있는 소년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동생이 나를 보더니 머쩍은듯 씨익 웃는다.
그 웃는 모습이 띠꺼워서 아가리를 때려치려고 했지만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참았다.
너는 엄마 이름을 더럽힌 놈이라며
엄마는 꽃다운 인생을 포기하면서까지
너를 키워줬는데
제발 좀 착하게 살라고 말했다.
인생은 뭐든지 심는 그데로 거두는 거라며
나쁜짓 하면 나쁜짓한만큼 대가를 치루는게
인생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남들 많이 도와주고 배풀어주면
엄청난 선물로 돌아올거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면회를 끝냈다.
사실.. 그냥 안아주고 싶었다.
동생이 너무 안쓰럽고..
겉으로는 방황하지만 그 내면의 영혼은 울고 있다는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의 냉정했던 내 행동에 대해 후회가 밀려온다.
과연 내가 잘 한걸까..
근데 그럴 수가 없었다.
약한자가 있는 곳이 울타리 안이라면 충분히 안아줄수 있지만
그 곳이 울타리 밖이라면 죽는 한 이 있더라도
동생이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그 상황에서 살려내기 위해 채찍을 들수밖에 없었다.
나는 여전히 동생과 하나로 뭉쳐
하나님께로 나아가기를 조용히 기도하고 있다.
아직은 설명 할 수 없는 나날들 뿐이지만
훗날 지금의 이 때가 설명 되는 날들이 분명 올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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