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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일기장) 흑역사../1층 (2012~2015)

영혼의 깊은 밤 1

by 글쓴이, 갈렙 2015. 7. 5.

1
군인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딱 하나,
그것은 가정의 회복때문이었다.
이미 가정은 많이 병들어 있었고
많은 영역들이 오염되어 있었다.
상처 위에 세워진 이 가정을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바꿀수 있을까 항상
그 생각뿐이었다.

친척에게 부사관의 길을 추천받았으나
부사관은 기본복무가 '4년'이었기에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할수가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나 묵직하게 고민했고
결국
지쳐있는 어머니와 동생을 대신해
대신 총대를 매기로 작정했다.
우습지만
이게 내가 군대에 온 유일한 이유였다.

2
내 20대 초반을 모두 걸어 이곳에 왔지만
부사관 합격의 영광도 잠시..
가정이 공중분해 되버리는 처참한 환경이 펼쳐졌고
전혀 예측못한
내 인생의 가장 어두운 흑암기에 들어서게 되버렸다.

모두가 가족의 축하 속에서
임관의 영광 속에서 군생활을 시작할때
충주라는 외딴곳에서
홀로 서야만 했던 그 시간들..
군대 오기 전까지
복음을 전하고 생명을 외쳤던 나였지만
하나님의 강력한 빛 앞에
나는 실체는 그대로 들어났고 
한순간에
구제가 필요한 불쌍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도저히 왜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
이성으론 도저히 이해할수 없었다.
내가 바라던 인생이 안펼쳐지자
그동안 믿어왔던 하나님을 향해
엄청난 배신감이 들기 시작했는데..
와 그때 내 더러운 모습이란 모습들은 다 보았던것 같다.

그리고 깨달아지는건..
내가 굉장히 굉장히 교만했다는 것과
굉장히 잘못된 자세로
하나님을 섬기고 있었다는 것..

그동안 주님을 찾던 방식은
여러가지 행위적인 헌신들을 통해서였는데
행위적인 헌신을 할수 없는
부사관이라는 직책이 내게 주어지면서
이전에 몸에 익혀놨던 은혜받는 법칙들은
하나님의 손짓 한번에
더 이상 소용 없게 되었다.

상황을 초월하여 주님과 교통하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세상에 얽메이지 않은 교제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나를 도와주시기 위해 주님은
환경을 조성하여 더욱더 고난에 박차를 가해주셨고..
그 과정이 비록 비참하며 너무도 
괴로웠시간들이었음은 분명하지만
덕분에 지구 그림자에 가려진 초승달이 아닌
가림막 없이 태양을 온전히 반사하는
정원의 대 보름달처럼
인간적인 자아의 방해없이
온전하고 거룩한 주님의 형상을 보도록 해주었다.

 

 모든 것이 은혜였던 것이다.
 


2.
현실은 여전히 처참했으며
우울증까지 찾아와
내 상태도 썩 좋지 않았던 그 시기의 어느날
기도드리는 중의 일이었다. 

가정은 분명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처참히 공중 분해 됫음에도
내 입에선
가정을 완전히 회복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완벽하게 통치하고 계셨던 주님이라고
현실과 정반대의 
기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서
 그것이 '선포'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님의 언약을
밀어 붙이는 법을 은연중에 깨달아가며

아, 내게 이 고난의 시기를 허락하시는 이유가
내 상처입은 자아를 들어내는 동시에
현실이라는 법칙에 휘둘려 살아가던 나를
그분의 법칙 속으로 구출하기 위함이었구나..

알게 되었다.

 
3
그렇게 눈에 보암직한 것을 추구했던 이전과 달리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더 깊이 사모하게 되었고..
선교나
제물이나, 전도같은 
주님의 충족보다는 사실
내 신앙의 충족을 위해 결심했던 것들까지 
하나하나 내려놓기 원하신다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4
가정.. 없어도 좋습니다
동생.. 없어도 좋습니다
선교못해도 좋구요
전도 못해도 좋아요
교회 떠돌아다녀도 좋습니다. 라고 고백을 하는데
도저히 할수 없었던 말은
'다른건 다 없어도 사는데 지장을 주진 않는데..
주님만큼은 포기할수가 없네요..' 였다. 

5
그렇게 지내길 하루하루, 2년이 다되간다.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틀린 자세들이 하나하나 걸러지고
내 진정으로 함께 동역할 친구가
누구누구인지 걸러지고
여러가지가 걸러졌던 시간들 같다.

6
우리가 고통에 집중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다.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썩어 없어질 땅에 속한 감각일뿐, 
영원하지도 않기때문이다.
그러나 그 열매는 절대 세상에 갇힌바 되지 않으며
하늘에 속하여 영원을 달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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