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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일기장) 흑역사../1층 (2012~2015)

영혼의 깊은 밤 3

by 글쓴이, 갈렙 2015. 6. 23.


1

(..중략)

"아 뭐 이런 꼴통새끼가 다 있어" 

평소에 굉장히 인자한 분이라 

삭막한 군대에서 유일하게 의지할수 있었던 분이었는데

그런분의 입에서 나오는 

나를 향한 한탄섞인 욕설이 

굉장히 굉장히 내 마음이 아릴정도로 후벼팠다. 


나보고 군생활 잘 하고 있냐고 묻는 분들이 참 많으시다. 

하이고

위의 내용처럼 군생활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은데

육적으로 혼적으로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ㅜ ㅜ

어떻게든 선하게 

이들이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왜일까. 

나의 노력과 간절함은 그들의 기대에 닿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것은


2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쁨을 받는데

또 웃으며, 행복하게 군생활 하는데

난 왜 이렇게 미움받고 

외톨이로 살아가고 있는것 같다고 느껴질까.

비교 안하려 해도 저절로 비교되는것에 

괸한 자존심이 상했던 지난 날, 

상할대로 상해버린 자존심은 이제 느껴지지도 않는다.

혼나고 갈굼 받는것때문에

가끔 서러워서 엄청 힘들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가장 위로되는 이야기가 미운오리새끼 이야기가 되버렸으니


3

와 난 정말 망가진게 많은 사람이었다.

이런 모습들은 이상하게 극복하려고 애를 써도 

잘 되지 않는다. 

왜냐면 그게 '나'였으니까.

하지만 극복해야 했다.

이미 나는 이런 '나'를 받아주지 못하는 곳에 와버렸기 때문이다.


2년간 '나'로 살았던 적은 별로 없었던것 같다.

나는 '나'인데

'나'로 살아서는 답이 없음을 알았기에


4

왜 하나님은 내 인생에 수치받는 시간들을 허락하시는 것일까.

내가 가진 쓴뿌리들과 군대의 시스템이 만나 발생되는 그 엄청난 파장들.

처음엔 그들의 비방하는 말들을 듣지 않고 싶어

악과 깡으로 내 자신을 변화시켜 봤지만,

왠지 내 모습을 부정하는것만 같았다.


지금껏

내가 더러운 존재라는것을

거절하며 살았었는데 

그것을 인정하게 된 중요한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군대 오기 전

많은 신앙인들 사이에서 '허세로 가득찬 나'로서 주님을 섬겼는데

어쩌면 하나님은 

'진짜 실체의 나'로서 대면하기를 원하시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얼 황윤형'으로서 주님께 나아가기 시작했다.


5

가족의 파탄,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 등등의

인간적인 모든 불행들이 군 입대와 함께 찾아왔었는데

당시엔 정말이지 살고 싶지 않았다.

민간 사회에는 신앙적으로나 여러가지로 나를 

응원해주고 변호해줄 사람이 많았지만,

계급으로 이루어진 이곳에 그런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고

오로지 내 위로 가득한 수 많은 사람들만이 나를 

'정의' 해줄 뿐이었다.


스펙으로나 경험으로나 나이로나

나보다 한참 뛰어난 그들은 이곳에서 언제나 옳은 그들 앞에 서있는

일 더럽게 못하고, 눈치 없고, 항상 뒤쳐지는 내 자신은..

하아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처럼

하나님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왜냐면 

순종못하고 일못하는건 '내 자신'이지

저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에게 있을뿐 저들에겐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래서 항상 사람들 앞에서 고개들지 못했었고, 

하나님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위에선 요셉이니 다윗이니

멋있는 성경 이름들을 추천해주지만

선임들이 정의해준 '꼴통'이라는 이름만큼

나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 없었다.


변하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는 망가진 내 모습을

저들은 저렇게나 싫어하고 비판하는데

하나님은 나를 얼마나 끔찍해 하실까..라는

정죄의 생각이 나를 지배했던 때가 참 많았다.


모든것에 자신이 없었고

4년이라는 긴 시간의 압박은

나를 무기력이라는 감옥으로 집어 넣었다. 


6

지난 2년간, 출근하는 시간만큼이나 두려운것은 

아무도 없는 고요한 집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버티고 버틸수 있었던 이유는

주위에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동역자 몇분과

집에 마련해둔 기도실 덕분이었다.


2015년에 하나님께선

이사야 말씀을 쭉 묵상해보라고 감동을 주셨는데

오늘 54장을 읽으며 얻은 은혜가 

이 글을 쓰게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처럼 나를 바라보실줄 알았던 주님이

그동안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계셨는지..

모든 오해가 풀어지는 시간들이었다.


7

얼마나 세상의 법칙에 지배당해 살아왔었는가. 

세상의 이치가 주는 영향에 

얼마나 흔들려 왔었는가. 

주님은 이미 승리하셨거늘

왜 난 그걸 믿지 못하고

현재가 주는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는가.


8

나의 들어내기 싫은 창피한 모습들을

허세든 뭐든

얼른 가려 버리고 싶은게 

내 솔직한 마음이었고 그렇게 살아왔지만

그것들을 주님의 빛으로 가릴수 있다는 소망이 

비방 앞에 나를 담대하게 만들었다.

허세로 내 자신을 가리는것보다

빛으로 가리는것이 더 멋있지 않겠나.


9

이제 더 이상 여러분들과 나눌 은혜가 없다.

적어도 '허세 황윤형'으로서는

정말 나눌 은혜가 없다.

이 글이 나의

마지막 나눔이 될것이고,

잠시 쉬며

제 2막을 준비해 보고자 한다. 

조금 다른 무대에서, 새로운 컨텐츠들로..

나에게 찾아온 이 '영혼의 깊은 밤'이

그것들을 도와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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