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소풍을 다녀왔다.
가기 전 내 상태는 큰 시험에 들어 최악이었다.
하나님이 나를 버렸다고 느껴질정도 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침울함 가운데 있을수 없었다.
시간은 내 감정상태와 상관없이 흘러갔고
나는 다음 일정을 소화시켜내야 했다.
내가 할수 있는것은
내 감정에 의존하기 보다
이번 SR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줄 믿고
어떻게든 소화시켜내야 되는것 말고는 없었다.
제발, 제발 이번 소풍동안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고 계심을
증명해달라는 소망을 가슴에 품은체 소풍이 시작됬다.
우리는 소백산으로 향했는데
이틀간 머무를 펜션의 이름이 '샬롬'이었다.
평안하라는 뜻의 펜션 이름이 제일 먼저 나를 맞아주었다.
마치 하나님께서 평안하라고 하시는 듯 했다.
도착해서 짐정리후 선임들과 같이 족구를 하게 되었다.
공을 주고 받던 도중 선임이 갑자기
'여긴 약속의 땅이야!' 라고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뭔가 싶어서 분위기를 보니
족구를 하기 위해서는 내 팀과 상대 팀의 땅이 평평하고 온전해야 됬는데
내 쪽 땅만이 고를뿐, 반대편은 울퉁불퉁 했기때문이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역시 약속의 땅!!'
또 외치는 것이었다. 남들은 그 소리를 듣고 즐거워하며 족구에 임했지만
하나님을 믿는 나로서는 그 소리를 무시할수 없었다.
그 후로도 5번정도를 들었던 것같다.
하나하나 준비된 일정들을 소화해내니 어느센가 밤이 찾아왔다.
저녁만찬을 즐기기 위해 우리 모두는 메인 식당에 모였고
준비된 고기와 술들이 테이블을 가득 메웠다.
최선임자의 축사와 함께 식사가 시작되었다.
여기저기 즐거운 이야기 꽃들이 피었다.
나 역시 콜라를 든체 잔을 돌리며 한분한분 찾아가 인사를 드리던 중
내 앞에 어떤 장교분이 앉게 되었다.
그분께 술을 드시냐 여쭈어보았고
그분은 아쉽게도 치아 교정중에 있어 오늘만 술을 안마신다고 내게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나는 그거 잘됬다며 나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같이 콜라를 마시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저녁 시간을 2시간정도 가졌는데
그분과 농담섞인 대화를 30분이상을 했으니 정말 길게 대화했던것 같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뒷풀이를 위해 다들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여전히 답답한 마음에 잠시 밖을 나와 달을 쳐다보며 바람을 쐬었다.
아까 대화를 나누었던 장교 한분이 내게 다가오셨다.
아마 술을 마시지 않았으니 얘기할 사람도 없고
심심해서 나왔으리라.
자연스레 서로 근황을 물으며 식사때 하던 대화들을 이어갔는데
그분께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놀랬다.
내가 비록 간부지만 그분에게는 복음이 필요했고
내 상황이 이렇지만 나는 믿는다면서,
이 문제를 마주칠 힘이 내게는 넘친다면서.
그분을 위로? 독려? 해주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서로 코드가 맞았는지 그 후로 1시간 이상을 대화했는데
머지않아 그분의 표정에서 힐링 되어지고 있는것을 느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이런 저런 오순 도순 SR(소풍)을 끝맺었다.
돌아오면서 하나님께서 내게 강하게 감동주시는 것은 이것이었다.
'내가 잠시 너를 일부러 떠나 그들 속에 너를 넣어두었는데
어제 내가 너의 대답을 들었다. 내가 너에게 고통을 줄 이유가
이제는 전혀 없게 되었다.' 뭐 이런 식의 감동.
정리하자면
하나님께서 특별히 광야의 시즌으로 초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광야는 그야말로 메마른 곳.
하나님의 법칙보다 인간의 법칙이 강하게 들어나는 곳같다.
하나님께서는 이 광야라는 시즌동안
22년간 나를 지탱하고 있었던
인본적인 기억들과 경험들은
모세 시절 이집트의 우상들을 하나하나 부셔나갔던 하나님처럼
나를 부셔나가셨다. 그리고 동시에
하나님으로부터 와야만 했던 중요한 주제들을
하나하나 체워나가기 시작하셨다.
내가 이 시즌에서 취할수 있는 행동은 딱 두가지 뿐이다.
광야의 시기에 있는 사람들이 다 그럴것이다.
사탄의 음성을 따라
비참한 내 모습에 실망한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던가,
하나님이라는 존재를 믿어보던가.
나는 이곳에서 어떻게든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했다.
이런 하나님이 너무 싫어질때도 있지만
그러나 결코 끊을수 없다는것을
무엇보다 내 영혼이 아주 잘 알고 있다.
부활이 있기전에는
죽음이 있었다.
앞으로도 나는
수 많은 어려운 상황들을 마주쳐야 할것이고
내 안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인본적인 부분들에
죽음을 선포해야 할것이다.
당분간은 어떤게 정답인지 맞춰야 하는 행위가 반복될것이다.
나는 믿는다.
지금 내가 비록 발거벗겨져 나의 부족함에 수치와 모욕을 당하고 있지만
이 싸움이 끝나는 그 순간
나의 아버지 하나님께서 즉시로 나의 몸에 손수
광체를 입히실것이라는 것을
독수리같이 날아오를 그날을
나는 한낮 인간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그저
내 인생의 이야기를 써나가시 하나님을
신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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