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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일기장) 흑역사../1층 (2012~2015)

진우형을 통해

by 글쓴이, 갈렙 2014. 10. 26.

 

한달 정리

1
"어,,윤형아 나 너네 집에서 당분간만 살아도 괜찮을까?"
"어? 무슨일이세요?"

 

한달 전 밤 늦은 시각, 진우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름아닌 가정에 큰 불화가 생겨 더 이상은 집에 있을수 없게 됬다는 것. 그래서 마땅이 갈곳이 없어 내게 도움을 청한것이었다. 내년 1월달에 입시시험을 보는데 그때까지만 같이 살면 어떻겠냐는 진우형의 부탁에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잘 곳도 없다는 얘기에 일단 충주로 와서 얘기를 더 해보자라는 식으로 대답을 한 뒤 통화를 마쳤다. 

 

통화가 끝나고 나는 진지하게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우형이 충주에 있어서는 안될 사람이라는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왜냐하면 충주는 불안한 땅이었다. 언제 쫒겨날지 모르는 압박감과 불안감이 가득했고 이런 환경에서 공부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상대원에 집이 한채 있다는것이 떠올랐다. 진우형이 충주로 오면 좋은 말로 타일러 그곳으로 돌려보내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것이 진짜 진우형을 도와주는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었다.

2

진우형이 충주로 왔다. 굉장히 밝은 척을 많이 했다. 너무 지쳐 보였고 힘든 기색이 느껴져 당장에 상대원으로 올라가는게 어떻겠냐는 소리를 할수가 없었다.  

 


"이 곳은 군 부대이고 오래 있는것이 가능한지 조차 모르거든요. 일단 3일간만 지내보고 결정을 합시다" 

 

진우형과 이야기를 나눌수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그 대화를 나누면서 슬쩍 상대원에 집이 하나 있으니 거기서 공부를 하는게 어떻겠냐라며 말을 꺼냈다. 

진우형은 그것도 좋지만 당분간은 분당에는 올라가고 싶지 않다며 이곳에 있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여기 있을 수 없다면 노숙할 각오까지 되어있다는 진우형의 말에 나는 내 할말을 접고 진우형을 받아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진우형에게 차마 확신을 가지라는 말을 해줄수는 없었다. 

 

"너무 마음 놓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이곳에서 계속 지낼수 있다고는 확신을 못드리겠어요 형. 쫒겨날 가능성이 있지만, 일단 쭉 지내봅시다."

4
불안한 요소들이 생기다.

불안감이 이 집을 습격했다. 무엇보다 진우형이 이곳에 온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면, 이렇게 몰래 사는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웃에게 혹여나 들키진 않을까. 진우형의 존재를 부대에 알리느냐, 알리지 않느냐. 불안감은 나에게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금전적인 문제도 큰 문제였다. 동생이 소년원에 가고 난 후, 나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만을 남긴체 물질을 모두 적금에 쏟아붓고있는 상태였다. 진우형이 오고난 후로 식비와 생활비 관련된 지출이 두배로 오르자, 나의 개인적인 계획들은 당연 멈출수밖에 없었다. 돈은 부족했고 1년여간 모아온 비상금까지 모두 소진해버리는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5.

기도 하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진우형의 행동이 인도하심이 아닌 감정적인 선택에 의한 독단적인 행동이었다면, 그리고 내가 그것을 돕고 있는 것이라면 이거 뭔가 잘못 돕고 있는것이 아닌가'

 

진우형을 제대로 도와주고 싶었다. 이곳에는 정말 민간인이 있어서는 안됬다. 진우형에게 수차례 상대원의 집에 가는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꺼냈지만 강요할수가 없었다. 진우형이 분당에 올라가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를 나는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안타깝지만 충주에 있는것이 탐탁지 못한것이 사실이었다. 

6.
아르바이트 할것을 권유하다. 

 

진우형의 상처입은 마음에 동의 해주기 위해 나는 진우형이 이곳에 있을 수 있도록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민간인이 상관의 허락없이 군 부대 안에 있는것은 잘못된 행위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하나님께 진우형을 도울수 있도록 기도했고 마침 이곳 중국집이 떠올랐다.

 

만약 거기서 알바를 하게 된다면 진우형이 이곳에 있을수 있는 조건이 성립될수가 있었다. 거기다 생활의 영역은 물론 공부의 영역까지 더 풍족하게 해줄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진우형께 들뜬 마음으로 알바를 하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했다.


그러나 알바를 하게 된다면 많은 시간을 소비해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없다며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럼 충주엔 왜 오신거에요?'라고 묻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차마 그것을 내 뱉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답답한 마음이 내 마음속에 생기기 시작했지만 절대로 강요할수는 없었다. 선택은 진우형의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진우형에게 이렇게 말햇다.

공부를 하는것에는 두가지 길이 있는데 하나는 온전히 학업에만 신경을 쓰는 것과, 일을 병행하면서 학업을 진행하는 것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이 일을 병행하면서 학업을 진행한다. 그것은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나는 형이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형돈 버는것을 왜 공부랑 별개의 노력이라고 보는것이냐. 만약 형에게 대학 입시에 대한 확신이 정말 강하다면 일을 하지 말고 온전히 학업에 신경쓰는것이 옳다. 그러나 만화자체가 하고 싶은것이라면 일을 하면서 하는것이 좋다. 

 

진우형은 내 말을 곰곰히 듣더니 알바를 하는것이 좋겠다고 했다.


7.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다.

 

 

 

6
나는 진우형의 생활 태도와 자세들에 점점더 마음이 답답해져갔다. 진우형은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그 모습이 대체 집을 나올 각오로 공부에 매달리겠다는 사람의 모습인지..내게는 너무 짜증나게 비춰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좋지 못한 감정이라는것을 알았기에 나는 진우형을 돕기 위해 내 자신과 싸워야만 했다.

 

7.

충주에 온지 2주 지났을때, 진우형은 내가 말한 중국집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나는 하나님께서 진우형의 마음속에 충주에 있도록 하는 그 이유가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것이 절대 공부는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형에게 등록금에 대해서 생각해본게 있냐고 물어봤다. 진우형은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고 학자금 대출을 생각해보고있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 대답을 듣고 더 답답해졌다. '정말 극단적으로 사시는구나..'


나는 진우형이 나를 미워하더라도 현실을 말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우형의 마음이 진심이라는것은 알고있었지만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 진우형이 멀리도 아니고 내 눈 앞에 있는데 뒤에서 조용히 응원해줄수가 없었다. 

 

 

진우형과 트러블이 생기다.

 


7
진우형에게 현실을 좀 바라보라며 지금은 상황을 초월하는 하나님이 아니라, 형에게 어떤 상황을 주셨는지를 바라보고 형이 취해야 될 자세가 무엇이냐는 내용과 형이 지금 상황에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될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기도하면서 떠오른 것들을 말하며 진우형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진우형은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기도해보겠다고 한 뒤 얼마 후 알바를 해보는것이 좋겠다고 선택하였다. 나는 중국집으로 가보라 하였고 그렇게 중국집 알바가 시작되었다. 

8
나의 연약함들, 쓴뿌리들의 정체가 샅샅히 들어났던 이번 한달.

그 중 하나는 속상함이었다. 일명 쪼잔한 마음. 내가 하고 싶은것이 너무 많았는데 진우형을 먹여 살려야 되는 상황에 그 모든것들을 중지해야 된다는것이 너무 속상했다. 그러나 그것을 진우형에게 들어낼수 없어 골방에서만 하나님앞에 솔직하게 말씀을 드릴뿐이었다.

두번째는 미움이었다. 진우형이 오기 전까지는 너무나도 충만했고 모든것이 행복의 이유였는데 진우형이 오고 난 후로 무언가 설명할수 없는 어둠이 생겼다라는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나는 하나님께 진우형이 이곳에 왜 왔냐는 질문을 했다. 

진우형이 저번에 했던 대답(알바를 하게 된다면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해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대답)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것은 진우형을 향해 미움을 발산하게끔 만들었다. 도데체 저런 자세로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겠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어떤것이 중요한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진우형에게 화가 많이 났다. 

세번째는 교만함이었다. 
진우형은 아침 10시부터 3시까지 5시간을 일한다. 진우형의 계획은 새벽 5시에 일어나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고. 알바가 끝난뒤 밤 12시까지 공부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알바가 끝나면 집에 널부러져 있기일수인 진우형을 보았다. 알바가 그렇게 힘들었다고.. 나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었다. 5시간 일하고 힘들다는 사람을 처음 봤기때문이었다. 도데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하는지.. 내가 알고 있던 진우형이 아니었다. 진우형이 왜 이렇게 연약해졌는지.. 나는 그 부분에 화가 났다.   

3년간 진우형을 알았지만 이런 사람인줄은 몰랐다. 자신의 모습에 충분히 괴로워하면서 왜 행동을 고치지 않는건지 

이런 내 마음과 나는 매일 싸워나갔다. 자아를 십자가에 못밖고 배푸는법을 배우며 선한 힘으로 내 자신과 싸워나갔다. 그러나 이렇게 들어나지는 내 연약함들은 때로 감정적으로 표출이 되어 진우형과 트러블을 일으키고는 했다. 

진우형을 향해 이런 미운 마음이 드는 내 자신이 진짜 질리고 싫어졌다. 


7
하나님께서 아침 기도시간에 한 장명이 떠오르게 하셨다. 주변은 암흑이었고 나는 등잔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앞을 향해 비추라는 하나님의 음성에 앞을 비추었고 저 멀리서 누군가 내게 달려오고 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그 사람은 진우형이었다. 그리고 진우형 뒤로 말을 타고 있는 수많은 도적들이 칼을 든체 진우형에게 달려오는 장면이 펼쳐졌다.

나는 성경책을 폈고 이사야의 한 구절을 읽어나가는데 그것이 내게 레마가 되어 나로 회개하게 만들었다.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주린 자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며 헐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시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하면 네 빛이 새벽 같이 비칠 것이며 네 치유가 급속할 것이며 네 공의가 네 앞에 행하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뒤에 호위하리니. 

또 다른 말씀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너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기우지 못할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 두지 아니하고 등경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안 모든 사람에게 비취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으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8
회개했다.
내 이기적인 마음에 회개했고, 미움에 회개했고, 두세시간을 울며 진심으로 회개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상태 이전에 진우형의 상태가 매우 안좋다라는것을 인지했다. 

저번에 하나님께서 머릿속에 보여주셨던 장면이 자꾸 떠나질 않았다. 

충주가 호랑이라면, 진우형은 한마리 사슴이었다. 충주에서의 모든 환경이 진우형을 집어삼키는 듯했다. 충주는 정말 호랑이가 맞다. 믿음의 공동체는 그 어디에도 없으며 혼자 자급자족해야 하는 땅. 이것을 1년동안 느꼇으며 목숨을 걸고 살아남아야지만 살아나갈수 있는곳이 이곳이라는것을 잘 알고있다. 내 자아가 철저히 부셔지고 짓밟혀 주님께 진심으로 모든것을 드려야 살아남을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동생도 이곳에서 2주 이상을 못버텼고, 진우형은 버티기는 하지만 점점 메말라갔다. 충주는 진우형을 뱉어내려 했다. 나는 판단해야만 했고 그래서 더 엎드려 기도하기 시작했다. 

10.
더 이상 진우형을 몰래 이 집에 거주할수 있도록 두면 둘다 위험해지리라는것을 예상했다. 
선임들이 눈치 채기 시작했고, 들킨다면 변명할수도 없는 위치에 있었기에
들키기전에 먼저 선수를 쳐야되겠다는 결정을 했고
이 모든것을 진우형과 진지하게 상의하였다.
회식날이 다가왓고 그 회식날을 하나님의 대답으로 여기며
둘다 그 음성에 따르기로 결정을 한 뒤
외교관의 심정으로 회식을 참여하였다.

11. 
선임들은 당연한 얘기를 묻냐며 최근에 발생한 사고들을 얘기해주시며 엄연한 처벌대상이라고 하셨다. 
나는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회식이 끝난 후 집으로 왔더니 마침 진우형은 동찬이형과 통화중이셨고
착잡한 마음상태에서 좌치우종 설명을 드렸다. 

12.
기도 시간. 
상대원 집 묵상.

기도를 드렸더니 하나님께서는 상대원 집을 떠올려 주셨다.
상대원의 남은 집은 내겐 '언약'을 의미했다.
그 집은 어머니와 하나님 사이에서 맺어진 하나의 언약이었고
아직 그 언약이 끝나지 않았다라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진우형을 그 곳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곧 진우형께 기도한 내용들을 말해주었고 
여러가지 생활이 조금 불편하겠지만
최소한의 거처로서의 역할은 충분할것이라 말했고

진우형도 나름대로 알바를 그만 두고 
상대원에 올라갈 체비를 하였다.

13. 
그리고 진우형이 올라갔고, 나도 올라가려고 했지만
기도하는 내내 '너는 stop.  거기까지'라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진우형 혼자 어떻게 정리를 하는지 싶어 많은 걱정이 들었지만
나중에 들었지만  다현이가 많은 부분들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14. 
진우형이 성남으로 올라갔다.
지난 한달..
사실 많은 것들이 후회가 된다. 
형제의 허물을 들추기만 했던것은 아닐까. 
제데로 도움을 주지 못했던것은 아닐까.

형님을 도와주는것이 결코 쉬운일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형님을 도와주는 내내 
나는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내게 모든것들을 주셨건만
마치 내것인줄 착각하고 살았음을
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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