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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동안의 군생활을 끝내다.

글쓴이, 갈렙 2020. 10. 25. 00:16

블로그에 긴 시간 글들을 업로드 하지 못했다. 군인의 신분으로 외부에 노출되는 글들을 작성하는 것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비공개로 글들을 꾸준히 써왔었다. 또한 어딘가에 내 삶을 기록하고 소통하고 공유할만한 여력이 없을 정도로 바빳고, 또 부사관의 무게들을 버티는 것에 급급하여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도 있었다.

 

4년간의 길었던 군생활을 마무리 했다. 개인 짐을 챙겨 사무실을 떠나던 날이 엇그제 같다. 사무실 옆 활주로엔 전투기들이 들어오고 있었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햇살이 강해 눈을 찌푸려야 할 정도였다. 만감이 교차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맞닥뜨린 당일만큼은 알고 있었다.

 

부대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1주일 남짓, 4년간 머물렀던 관사를 비워야 했다. 세탁기, 냉장고 등등 버릴 것들을 버리고 들고 가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이미 한 달 전에 미금역 근처 오피스텔로 입주할 계획을 세워 놓았다.

 

짐들을 버리면서 이곳에 처음 왔을 때가 선명하게 기억났다. 

 

군에 지원하고 훈련 받으며 마침내 합격하였지만, 합격 후 특기교육 과정중에, 그러니까 합격 후 2주만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게 되었다. 약 한 달 후 특기교육을 수료하고 충주로 자대배치를 받게 되었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충격이 컸는지 정신을 놓고 살아서 성적도 좋지 못했다. 

 

자대배치를 받고서야 성남에 거주중이었던 집이 깡통전세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린 나의 지각으로는 어떻게 대처하는 법을 몰라 그대로 집의 전세금도 받지 못한체 떠나야 했었다. 가구들과 큰 짐들을 처리하는 법을 몰라 집 주인에게 버려달라고 부탁했고, 그나마 제일 큰 사람 몸집만한 전기요 가방에 앨범과 서류들, 옷가지와 이불들 정도를 빵빵하게 넣고 충주로 내려오는 것이 최선이었다. 자대배치 후에는 2주간 주말마다 성남 집에 들러 추가적인 짐들을 챙기고 어머니의 모든 옷, 나의 남은 모든 옷, 모든 서적, 동생의 모든 짐들을, 버려달라고 말을 남긴 뒤 충주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돌아보면 기가막힌 타이밍이었다. 모든 것을 잃은 시점 부사관에 합격하여 자대배치를 받고, 거주할 곳을 배정 받고 새로운 삶의 터전이 생겼다는 것,, 4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하나님은 나의 상황에 함께 하셨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