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일기장) 흑역사../1층 (2012~2015)

대상포진에 의한 냉장고 청소, 그리고 일기

글쓴이, 갈렙 2015. 7. 25. 22:08

어릴적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는 발생시점부터 쭈욱 척추신경에 잠복해 있는다고 한다. 그리고 몸의 면역력이 약해질 그때를 시발점으로 척추신경이 붙어있는 등부위부터 시작해 신경을 따라 전신으로 피부발진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을 어떻게 알았냐. 1주일전부터 허리에 뭐가 나가지고 단순 알레르기성 두드래기 증상으로만 여겼는데 점점 따가워지길래 병원에 가본 결과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것이다.


증상이 나타난지 5일 경과, 발진부위가 점점 따가워진다. 발진이 일어나는 곳에는 여러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수배로 올라가는데 피부병중에 가장 통증이 심한 병이라고도 한다. 참으로 성가신 병에 걸렸다. 음식 하루 3끼, 꾸준한 운동, 영적 말씀 기도, 다 잘 하고 있는데 왜 면역력이 약해진것인지 도데체가 납득이 안된다. 라고 얘기했지만 막상 원인을 들어보니 납득이 간다.


현대인들의 바쁘고 빠른 일상속에서 점점 변화되어 가는 서구적인 식습관, 그리고 점점 심해지는 환경오염과 일에 치여 바쁘게 살아가는 운동부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풀곳 없는 젊은 층이 주된 대상이라고들 하는데..그렇다면 치료법은 바쁜 일상속에서 여유 찾는법을 익히고, 균형적인 식사를 하기 위해 노력하며, 공부와 규칙적인 기도는 못할지언정 운동은 해주는것이 되겠다.


좀더 열심히 살고 싶었는데 욕심이었나 보다. 매일 출근 3시간전에 일어나 기도하고 운동하고 책읽고 공부하기로 작정했었는데 겨우 밤 열한시 열두시에 퇴근해 한시에 자서 세시 네시에 일어나는 그것이 내 면역체계를 무너뜨렸으니. 대기권 없는 지구는 삽시간에 망하는것과 같이 면역체계가 무너지는것은 육체에 있어 상당한 적신호인데 내 스스로를 너무 엄격하게 대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열심히 살고자 한것은 나름 순수했다고 하고 싶었으나 내 영적 육적의 지경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나의 절대적인 실수였다.


이것은 나의 감정에 의지해버리는 신앙상태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지난 3년간 내게 있어 신앙은 하나의 치료제와 같았으나 슬슬 신앙때문에 피해보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음을 바라본다. 고난과 피해는 다르다. 고난은 깨달음이라도 얻어지지만, 피해는 내 자신을 갉아먹을뿐이다. 신앙이 독으로 변이될 가능성이 꽤 높다. 이런 류의 사람들에게는 영성보다 지성적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지난 3년간 너무 지나치게 감정적인 신앙에 의지해 왔었다. 감정이 원하지 않으면 안했고 감정이 원해야 했던 단순한 신앙이었지만 이제부터 분별 없는 신앙의 태도는 내게 피해를 가져다 준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건전하지 못한 신앙의 자세는 영을 착각하게 만들고 그 착각은 육체를 병들게 만든다. 심하게는 정신도 건전치 못하게 만들며 가정을 파괴하고 사회를 파괴해버리는게 신앙이 될수 있음을 철저히 명심해야한다. 그럴수 없다면 건전한 방식의 통제를 두는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의 무식함에 화가 나 냉장고를 열어 미리 사놓은 귤들을 씹어 먹었다. 100% 포도즙 쥬스도 원샷했다. 우유는 날짜가 지나 갖다 버렸고 본의 아니게 냉장고 청소를 시작했다. 멍청함을 한없이 느끼며 청소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좋다. 다만 세상은 이런 나를 싫어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나로서는 그들의 시선을 무시할수가 없다. 특히 군부대는 사회보다 더하다. 눈에 거슬리면 맞고 밟히고 무시무시한 곳이다. 내가 이곳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그저 남들보다 열심히 사는것 밖에 없는데 그것조차 내게 해를 일으켰다.


어차피 밟혀야 하는 군생활이라면 그것을 피하기보다 그냥 밟혀주는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최상으로 밟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1현상에 흔들리지 않을 강철 멘탈이 필요하다. 2그리고 무엇이 내게 득이되고 실이 되는지 누구보다 신중하고 누구보다 철저하게 분별할수 있어야 한다. 3또한 이 상황은 언젠가 풀릴터, 그때를 대비하고 즉각 대처할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모두가 악한방법으로 인정받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일때, 나는 하나님의 선한 힘으로 나의 가치기준을 높이는 법과 하나님의 힘으로 인정받는법을 배우고, 하나님이 예정하신 전역일이 다가왔을때, 사냥꾼의 손에서 벗어날 기회를 찾은 사슴의 발처럼 빠르게 이곳을 도망쳐야 할것이다. 글쓰다보니 전역이 튀어나와 버렸다.


선조들의 욕심과 탐욕에 의해 이 나라에 전쟁이라는 악렬한 재앙이 내려졌고 그 악랄한 영향력이 오늘날의 군대에 너무나도 많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헌신해야 하겠지만 악랄한 영향이 젊은 세대의 영혼을 엄청 채찍질 하고 있음을 바라본다. 나는 처음에 이것에 통애함을 느끼고 변화시키려했지만, 그 강도만 낮아질뿐 이 채찍질은 절때 사라지지 않았다. 


왜 하나님은 군대를 편하게 만들어달라는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것일까. 2년간 답답했지만 오늘 대상포진과 함께 그 대답을 듣게 된것 같다. 군대 내에서 존재하는 모든 부조리들은 선조들의 죄악을 판결한 하나님의 심판이었고 여자가 해산의 고통을 감당해야 하듯 통일이 되기 전까지 이 나라가 계속 감당해야할 십자가였음을.. 크리스챤들은 그것을 분명히 알고 군대에 입대해야 할것이다.


하사들은 개인시간이 없다. 그들이 가진 자부심은 모두 수치를 가리기 위한 것일뿐 뜯어보면 처참하다. 모두가 스트레스속에서 압박감속에서 일과들을 소화해내고 있으며 주어지는 복지와 여건들에 만족하는 사람은 (적어도 나는)지난 2년동안은 한사람도 보지 못했다. 병사들부터 간부들까지 하나같이 군대 x같다고 하는 이곳에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솔직히 나 하나 뿐이다. 그래서 이상한 세계에 있다는 느낌을 매일 받는다.


내가 상대해야 할 사람들을 미리 보게 되는것 같다. 내가 감당해야 할 사람들은 하나같이 세상에 길들여진 사람들일것이다. 입에 칼을 들고 보이지 않는곳에 언제든 나를 덥칠 준비를 하고 있을것이다. 젊은 심장이 주어진 지금으로서는 이 심장이 멈출때까지 이 세상을 살아내야 하며 대충 감정에 이끌려 하게되는 신앙생활은 이제 집어 치워야 한다. 


점점 냉철해지고 담대해야 한다.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속으론 사랑과 회개를 은밀하게 해나가야 할것이다. 골방과 광장이라는 성경의 시스템을 내 자신에게 완전히 체득시켜야 할것이다. 나는 어떤 상황에 있든 나를 통해 하나님이 움직이실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언제나 유지해야하는 법을 익혀야하고. 나는 그분의 통로이고 그것이 내 사명이며 심장이 멈출때까지 신경써야할 첫번째라고 생각하는것이 대상포진을 당한 자로서 취해야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전역 이후의 무대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