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갈렙 2014. 12. 25. 18:46



(사진 : 2013년 9월 1일, 부사관 임관식)



그때를 떠올린다.
2013년 1월, 동생의 방황이 가중되기 시작하였고 우리 가족은 그로인한 손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했다. 2013년 6월, 동생이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머리가 함몰되고 8군데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 충경때문인지 어머니의 건강은 급속도로 안좋아졌고, 나는 그런 가족들을 남겨둔체 군사 훈련을 받으러 가야했다. 2013년 9월, 기적적으로 경쟁률을 뚫어내고 임관에 성공했다. 그러나 몇일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2013년 10월, 동생이 범죄로 체포되어 소년원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3년 12월, 그 어떤 동역자들 없이 성탄의 기쁨보다 아픔과 외로움만을 가진체 그렇게 2014년을 맞이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때문인지 처한 환경때문인지 선교단체의 친구들, 부사후 216기 동기들, 무장 동기들, 가족들까지 그 어떤 인간관계도 신경쓰지 못할정도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몇 일만에 완전한 혼자가 되었다. 나를 응원해줄 사람 한명도 없다는 현실은 내 자신을 정죄하게 만들었다. 바라보니 너무 외롭고 고독했던 1년, 내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걸까, 혹시 벌을 받고 있는걸까, 내 자신을 향해 스스로 날렸던 수 많은 질문들.

그때 성경책에 쓰여있는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그 누구도 정죄할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 구절을 보면서 내 자신에게 다짐을 많이 했던것 같다. 그리고 현실에 대한 좌절보다 하나님께 내 마음속의 진심을 표현할 기회가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고통들과 정면으로 부딪히기로 굳게 작정했다. 내가 이 고통들을 당해야 되는 그 이유를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약한 자로서의 첫 싸움
난 정말 약해져 있었다. 작은 사건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툭하면 시험에 드는 상태였다. 이번 해 초반, 그러니까 내가 그저 사무실에서 막내였던 시기의 일이었다. 나를 무척이나 괴롭혔던 선임이 있었다. 중대의 특성상 부조리가 심한편이었고 그것을 버텨내는것에 지쳐가던 중이었다. 난 도데체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그 선임에 대해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건지 분을 삭히며 고민하였다.

기도를 하던 중 하나님께서 이런 마음을 주셨다. '내가 어떻게 싸우는지 알고 싶지 않니? 분을 내지말고 그를 축복하며 그에게 줄수 있는 모든것을 주라' 그 선임이 내게 행하던 폭력, 얼차려, 내 육체가 줄수 있는 모든것을 다주겠다고 결심한 뒤로 정말 평안한 상태에서 뒤에선 축복을, 앞에선 줄 수 있는데로 다 주었다.   

어느날이었다. 한명의 병사가 자살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인해 감찰실에서는 모든 중대를 대상으로 부조리를 없에겠다며 설문조사를 시작하기 시작했고 우리 중대까지 설문은 이어졌다. 설문이 끝나고 1주일 뒤, 최고참 선임부사관이 나를 소환했다. 그리고 중대장이 나를 소환했다. 설문때 한명의 막 전입한 신병이 간부간의 구타가 있다는 내용으로 설문에 적어서 냈는데 이 내용이 사실이냐는 것이었다. 몇 일 전 발생했던 자살사고의 영향인지 이 사건이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듯 했다. 나는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던 찰나였으므로 겁내지 않고 모든것이 사실이라고 대답했다. 철저한 익명 보장 아래 아직도 그 신병이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중대의 대단한 영향을 끼쳤다. 이 사건은 중대장, 대대장, 전재장을 넘어서서 단장까지 보고 될정도였다.

나를 괴롭히던 그 선임은 상당한 징계처분을 받게 되었다. 그 뒤로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못했다. 동시에 중대에 문화처럼 내려오던 많은 악폐습들이 들어났고 그 중 많은 것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나는 당시의 일들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크리스챤으로서, 앞으로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경험하게 될 수많은 갈등들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하는지 배우게 된것같다. 하나님이 어떤식으로 위로해주시는지 어떤식으로 싸우시는지를 보면서 약한 자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도우시는지를 크게 배웠던것 같다.



(사진 : 2014년 4월, 법정에서 판사와 서로 대화를 나누던 중 무슨 이유에선지 판사가 즉시로 동생을 석방시켰다.)

모두 잃어버린 사람의 첫 소망은
인맥도, 가정도, 꿈도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내게 생긴 첫 소망, 바로 가정의 회복이었다. 나는 가정을 회복시키고 싶은 마음에 감옥에 있는 동생과 그동안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던 아버지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주위의 사람들은 나의 가정사항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가족을 회복시키겠다는 나를 보고 아직도 가족타령이냐며 혀끝만 찼다. 

사실 그랬다. 인본적으로 생각해보면 내겐 가족을 돌봐야 할 그 어떠한 이유도 없었다. 사고만 치는 동생, 나를 버리고 떠난 아버지. 그들을 가족으로 인정해주고 신경써주는것은 정말 바보같은 짓이었다. 사람들은 내게 다른거 신경쓰지말고 제발 너 인생좀 챙겨라 라는 조언을 해줄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나로서는 그럴수가 없었다. 하나님이 뻔히 살아계시는데 하나님이 정한 순례를 어떻게 인본적인 생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수 있을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나는 가족을 새롭게 빚어나가야 겠다는 결단을 하였다. 동생에게는 가족이 어떤건지에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아버지에게는 부모를 향한 공경이 어떤것인지 내가 어떻게 공경할수 있는것인지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매주 주말, 충주에서 서울까지 또 소년원에 있는 동생에게 면회를 갔다. 편지도 써줬다. 

거지2014년 4월, 판사와 서로 대화를 나누던 중 감동을 받은 판사는 동생을 석방시켰다. 야간에 일하시는 아버지가 주간에 일을 하게 되었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서로 모여서 같이 산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무언가 진행되고 있었다. 조금 조금씩 판도가 바뀌기 시작하는것을 기도하면서 많이 느낄수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역사만큼 사단의 역사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 가족의 기둥이었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것이었다. 그리고 석방되서 충주에 같이 살고 있던 동생은 또 다시 소년원에 들어갔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였다. 봉사활동을 제대로 받지 않는 다는 이유로 소년원에 보낸것이다. 보통 경고로 끝나는데 소년원을 보내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역시 그럴줄 알았다며 왜 사서 고생하는거냐며 한탄스러워 했는데..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눈길이 마치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는것만 같았고 즉시로 나는 패배감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또 다시 외로움과 고독함이 찾아오는 듯 했고 아버지에게도 왠지 연락하기가 꺼려졌다. 사람들의 조언들이 사실일것 같아서였다. '내가 잘못 행동하고 있었나?' 라는 생각. 너무 혼란 스러웠다.

하나님께 오랜시간 기도를 드렸고 마침내 내 마음에 감동을 주시기 시작하셨다. '하나님의 시점'은 전혀 달랐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나는 동생의 구속을 보고 안심했다. 왜냐하면 이제야 이번 구속을 통해 하나님께서 동생을 분명하게 보호하고 계시다는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동생에게는 생각할 여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많은 유혹거리를 차단할 힘이 아직 길러지지 않은 동생으로서는 더 큰 사고만 칠것이 분명했기에 동생을 소년원에 보내신것이라 믿게 되었고 평안이 내 마음을 감싸는것을 느꼈다. 하나님의 시점으로 모든것을 바라보니 완전히 새로워졌다.

무엇보다 놀라웠던것은 아버지였다. 하나님의 시점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니 아버지가 바로 가정회복의 열쇠였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통해 친가와 연결될수 있었고 또 친가에는 기도하는 크리스챤들이 굉장히 많았다. 아버지와 재회한 후, 할어버지가 복음을 받아들이셨고, 할머니도 최근 복음을 받아들이셨다. 아버지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가족들이 나를 통해 역사하셨던 하나님을 느끼고 분명하게 느끼고 있으며, 항상 모일때면 하나님 이야기가 빠짐이 없을정도로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있다. 

하나님의 시점. 즉, 연약의 눈. 현재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것을 최근 느끼게 되었다. 아마 2015년 3월, 동생이 소년원에서 다시 석방되었을때 가정의 틀이 어느정도 잡혀져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암튼 가정의 회복은 내 인생의 '첫' 소망이다. 하나님께서 동의하신 이 소망. 과정은 힘들고 많은 것들을 겪어야겠지만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다.


조각-1
바위를 조각할수 있는 전제조건은 바위를 먼저 조각하기 좋도록 또 원하는 작품의 크기만큼 부시는 것이다. 아니, 그전에 조각가는 영감을 얻어야할 것이다. 그 다음 만들고자 하는 형상을 떠올려야 할것이고, 그 형상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재료를 찾아야될것이다. 그것이 바위가 되겠고. 그리고 그 대상을 자기가 생각하는 형상에 맞도록 도구와 여건들을 준비하고 그리고 나서야 바위를 부시고 조각을 시작하는것. 그것이 조각이다. 그것이 창조이다. 앞서 아픔으로 맞이했던 2014년이라고 소개했지만 소개하지 않은 한가지가 남아있다. 어차피 아플거 나를 조각해달라며, 나를 새롭게 빚어달라며 하나님께 몸을 날리겠다는 고백도 함께 있었다.

조각-2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나의 무능함에 대한 좌절을 많이 했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나의 부족한 면을 아낌없이 들어내 주었다. 내 부족함이 들어날때 느껴지는 쪽팔림이 너무 싫었다. 상식도 없고 스펙도 없고 항상 다른 사람들과 비교거리만 되고.. 중대의 사람들이 싫어졌다. 하나님께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는 기도를 많이 했다. 그치만 하나님께서는 들어주시지 않았다. 내가 이 고통을 당해야 되는 이유가 있다는 감동만 주실 뿐이었다. 과연 나는 변할수 있는 건지, 하나님께선 내게 능력을 주셧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 생각과 가치관들을, 신앙적인 경험들 모든것들을 내려 놓아야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필요로 하는 새로운 능력들을 키워야 될 필요를 강하게 느꼇다.

조각-3
내가 해병대나 다른 어떤 특수부대, 또 아무리 악폐습 가득한 곳으로 입대를 할지라도 내게는 분명 병사의 군기로만으로는 다스려지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만큼 자유분방하고 우유부단한 내 자신이라는 소리다. 내 말 한마디에 고스란히 피해받고, 내 행동 하나에 영향을 받는 병사들의 존재는 나를 스스로 노력하게 만들었고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많은 한계들을 느꼈고 부딪혀보게 되었다. 그것이 너무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곧 내가 부사관이라는 자리에 있는것이 감사해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이 모든 상황들 덕분에 나는 많은 한계들을 느낄수 있었으며 부딪힐수 있었며 깨질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내 부족한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20년간 잘못 쌓아온 습관들과 태도는 무엇인지, 나를 묶고 있는 모든 영역들의 존재가 들어났기 때문이다.




(사진 : 2014년 10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도달하다.)

조각의 끝 작업 : '세겨 넣음'

근래 들어 그동안 써온 글들을 쭉 보게되었습니다. 플래너도 펼쳐서 보았고 실패했던 수많은 경험들을 보았습니다. 흘렸던 눈물들과 여러 기억들을 떠올리던 중, 아침에 세수하다 그만 거울을 보고 말았습니다. 으윽 잘생겼습니다. ㅋㅋ쏘리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토기장이 하나님께서 지난 1년간 정성다해 빚으셧던 '나'라는 귀한 존재를 진지하게 바라봅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본래 창조하고자 하셨던 '나'라는 존재와 지금의 '나'라는 존재 사이에는 꽤 차이가 있다는 것을요. 이 글에서 고백하는것이지만 저는 진심으로 하나님께서 본연에 정하셨던 그 모습을 되찾고 싶습니다. 

어두움과 싸우며 정신없이 살았던 전반의 6개월, 그리고 어두웠던 마음과 정면으로 맞부딪히며 살았던 후반의 6개월.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나'라는 존재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왜 2014년을 아픔으로 맞아야 했으며, 이해할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 이제는 확실히 알것 같습니다. 그분의 온전함 앞에 잘못된것들이 들어나는것은 당연했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거룩함 앞에 불법으로 쌓아온 모든것들이 스스로 파멸하는것은 당연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임재를 겪으면서 내 자신이 갈리고 채찍질 받아야 하며 조져져야하는. 그런 계절이 지나고 있다라는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그동안 '나'라는 존재에 어떤 씨앗을 심으셨는지 그 싹이 돋아나는 과정을 최근부터 바라보고 있는 중인데 싹을 보면 그 열매를 알수 있다고 했나요. 개인적으로 인생이 너~무 기대됩니다. 

2015년을 앞두면서 여러가지들을 회상하게 되네요. 고통속에서 새해를 맞이했던 작년과는 달리, 성탄의 거룩함 속에서 2015년을 맞이할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경배를 드립니다..(감사합니다. 아버지..)

내년이 어떨지가 벌써부터 기대가 되요. 1년전 2014년을 바라보며 하나님께 나를 조각해달라며 기도를 올려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그 기도제목이 온전히 이루어졌다는것을 바라봅니다. 조각 작업(2014)이 끝났으니 세세한 부분들의 포인트들을 새겨넣는 작업이 남지 않았을까.. 생각 해보구요.

제게는 진짜 소망하는 것이 있습니다. 주님과 연합되고 싶다는 소망인데요. 이 어두운 시기에 더 건전하고 건강하며 튼튼한 신앙을 가지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 주님의 복음이 땅끝까지 전파되는데 이 한몸 사용받기를 원합니다. 주님이 내게 허락하신 영역, 그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음녀의 세력을 끌어내리고 주님의 깃발을 꽂는데 한 몫 거들었으면 정말로 원합니다.

2015년을 바라보면서 하나님께 새로운 부탁을 드려볼까 합니다. 2015년은 '새겨 넣음'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구요. 실질적인 열매들과 하나님을 상징하는 아름다움의 포인트들이 완성되어 들어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구요.

제가 현재 가지고 있는 마음의 소망들에는 사실 지불해야 되는 댓가들이 크겠지만, 곧 지나면 나를 웃게 만들어 주고 더 나아가 내가 가는곳마다 하나님께서 개입하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것이라 굳게 믿고 있기에, 이 과정이 하나님의 형상을 입는 과정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에, 앞으로 다가올 환란에 고난에 그리고 아침에. 절대 두려워 않고 도리어 용기를 품어보렵니다. 파이팅하겠습니다. 응원해주십셔ㅋㅋ





Ps.
이 글을 보는 모든 이들 가운데
하나님이 빚으시고자 하셧던 본연의 그 형상이,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총체적인 판이
그대로 임할지어다. 





(사진 : "허억허억 이번 1년은 좀 빡쎗구마이")